난을 배양하다 보면 본연의 수명을 다하고 잎이 져버린 벌브를 갖게 된다. 퇴촉(back bulb), 묵은 가구경(假球莖)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일차적이 수명은 다한 것이지만 놀랍게도 이들을 분리시켜 관리하면 여기에서 다시 새촉이 오른다. 이런 이유로 퇴촉만을 받아다 퇴촉틔우기를 통해 하나의 건실한 그루로 키우고 꽃까지 보는 애란인들의 의외로 많다. 자신의 힘으로 처음부터 싹을 받아 키우는 것이요, 이미 생명이 다한 퇴촉에서 새로운 생명을 소생시키는 것이기에 난을 배양함에 있어 만나는 아름다운 미학(美學)이라 할 수 있다.

퇴촉틔우기 순서

1. 소독한 가위나 칼을 이용하여 본 그루에서 퇴촉을 잘라낸다. 하나만이라도 퇴촉틔우기는 가능하지만 가능하다면 2~3개가 붙어있는 것이 싹을 내기에 더 용이하며 세력도 강해진다. 가구경은 굵고 둥글며 푸르고 윤기있는 것이 좋다. 물렁물렁하거나 완전히 쭈그러든 상태에서는 새촉을 내기가 어려우며, 반점이 많은 것은 이미 병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2. 가구경의 뿌리를 정리한다. 뿌리가 없어도 자체만 실하다면 퇴촉을 틔우는데 무리가 없다. 뿌리가 많다면 2~3개만 남겨두고 솎아준다. 필요 이상으로 물을 빨아들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뿌리들이 모두 상해있다면 뿌리를 훓어내려 안의 질긴 심줄만 남겨놓는다. 이 심줄이 가구경의 자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간혹 채 마르지 않은 잎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이 잎은 그대로 함께 심어주며 잎이 남아있는 상태에 따라서 뿌리의 수도 늘려준다.

3. 퇴촉을 살피면 지나치게 많은 떡잎으로 둘러싸인 경우가 많다. 너무 많으면 수분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므로 어린 눈을 보호할 몇 장만 남기고는 떼어내는 것이 좋다.

4. 정돈된 퇴촉은 심기 전에 하루 정도는 메네델 100배액 등 성장촉진제에 담가둔다.

5. 퇴촉을 물에 젖은 수태로 완전히 감싸준다. 사용되는 이끼는 탄력이 있는 싱싱한 것이 좋다. 수태로 완전히 감싼 퇴촉을 배양토가 담겨진 분에 심는다. 분에는 대립의 배양토를 밑에 깔고 중간 크기를 넣다가 퇴촉을 감싼 수태 부분은 소립을 사용하여 덮어준다. 수태의 윗부분이 조금 보일 정도까지 배양토를 덮는다.

6. 다 심었으면 약간 그늘진 곳에 두고 새싹이 나올 때까지 그대로 둔다. 이때 피티병 자른 것이나 비닐봉지로 분 위에 덮어주는데, 처음에는 구멍없이 그냥 덮어주고 한달이 지나면 두세 개의 공기구멍을 뚫어주며 다시 한달이 지났을 때 두세 개를 더 뚫어준다. 이렇게 하면 새싹이 나오기 알맞은 습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인큐베이터와 같은 미니온실에서 관리해도 좋다. 미니온실에서 관리할 경우는 비닐봉지를 씌워주지 않아도 된다.

퇴촉틔우기에 들어간 분은 두 달이 지날 때까지 그대로 놓아두다 비닐봉지를 벗겨준다. 빠른 것은 벌써 눈을 볼 수 있으며, 아직 눈이 나오지 않더라도 곧 눈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눈이 나오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관리해준다. 새 눈이 나오고 이듬해 봄이 되면 배양토로 옮겨심는다.

처음에 나오는 눈은 완전한 성촉으로 자라기 힘들며 대체로 가늘고 짧게 자란다. 그러나 점점 세력을 받으며 본래의 특성을 지닌 모습으로 몇 년 안에 완전한 성촉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자신이 직접 퇴촉에서 새촉을 내어 온전한 그루를 만들고 꽃까지 보는 것은 난의 미학 중에서도 최상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