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주기 3년이란 말이 있다. 더 나아가 물주기 10년이란 말도 쓰이고 있다. 모두 물주기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말이요, 그만큼 난에 있어 물주기가 기본이란 말도 된다. 과다(過多)에서 과소(過小)까지 모두 몇 번씩 직접 경험해 보아야만이 물주기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나마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겁을 낼 필요는 없다. 누차 강조하듯이 난은 강한 식물이다.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 식물이 바로 난이다. 물주는 시기나 수질까지 따지는 것은 보다 건실한 생장을 바라는 마음이요, 성숙해진 난문화로 나아가는 첩경인지라 한차원 식물재배의 즐거움을 느끼자는 것이다. 내버려둬도 모두 잘 자라는 식물에서 문화 운운하기는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물주는 시기의 기준

난을 오래 배양했다고 하면 초보자들에게서 가장 많은 질문이 바로 물은 며칠에 한 번씩 주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물주기가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면 며칠에 한 번씩 물을 주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여기에 정답을 내려주는 전문가는 없다. 계절별로, 날씨별로, 난의 배양 여부에 따라, 난의 품종에 따라, 자신의 환경상 특성에 따라서도 물주는 시기는 천차만별이다. 같은 계절, 같은 날씨에도 옆집의 전문가가 닷새에 한 번씩 물을 준다고 하여 나 또한 닷새에 한 번 물을 주어서는 안된다. 옆집의 통풍과 습도는 분명히 우리집과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 겠기에 애란인들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기준을 만들었다. 즉 분토(盆土)가 말랐을 때를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누구나 이 기준에 맞추면 무난하다. 수분의 과잉상태를 막아 뿌리썩음을 방지하고, 또한 뿌리는 어느 정도 건조했을 때 수분을 찾아 뻗어내리기 때문이다. 분토가 마르고 얼마나 지나서 줄 것이냐는 역시 자신의 경험이 말해준다. 연륜이 쌓이다 보면 잎의 상태만 보더라도 분토의 마름에 상관없이 물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포기가 충실하면 충실하지 못한 포기에 비해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통풍이 원활할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물주기는 자주 해준다. 품종별로도 차이가 난다. 세엽계(細葉系)의 난은 대엽계(大葉系)에 비해 건조에 잘 견딘다. 대엽계는 세엽계에 비해 활발한 증산작용(蒸散作用)으로 더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같은 세엽계라도 춘란(春蘭)에 비해 한란(寒蘭)은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보다 세심한 관리를 하는 분들 중 이름표를 갖고 물주는 시기를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물주는 시기를 판단하는 명찰을 하나 더 깊숙이 꼽아놓았다가 간간히 뽑아보며 물주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겉의 분토는 말라도 속의 분토는 마르지 않은 상태가 많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통풍이 좋지 않은 곳에서 난을 기르는 분들에게는 특히 좋은 방법일 것이다. 대체로 이름표를 뽑아보아 말랐다 싶으면 다음날을 물주는 시기로 잡는다. 역시 품종이나 난의 건실 여부에 따라 신경은 따로 써야될 것이다.

물은 어떻게 주나

예전에는 커다란 물동이에 물을 받아서 분을 통째로 담갔다가 건지는 방법을 많이 썼다. 난의 관수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이 방법은 그러나 하나의 분이 병이 걸렸을 경우 전염이라는 치명적인 해를 입을 수도 있고, 많은 분을 배양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어 지금은 별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그냥 물뿌리개를 이용하여 한번에 흠뻑 뿌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분 밑으로 물이 쫙 빠져나가도록 충분히 주는 것이다. 적은 양의 물을 자주 주게 되면 물이 깊이, 고루 스며들지 않아 위는 과습이요, 아래는 말라죽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번 더 신경을 써준다면 좋을 것이다. 즉 물을 흠뻑 주고 난 다음에 약 30분 정도 지났다가 다시 흠뻑 물을 주는 것이다. 물을 준다는 것은 단순히 물기를 공급한다는 이외에도 오염된 것들을 제거해 준다는 뜻이 있다. 처음에는 오염된 것을 제거해주는 목적이요, 다음에는 물기를 공급한다는 본연의 목적인 것이다. 이미 불순물이 제거된 상태에서 받는 물은 신선한 공기를 배급해주며, 보습력 또한 더욱 강해진다 하겠다. 물론 통풍이 좋아야 됨은 기본요소라 하겠다.

계절별 물주기

계절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심한 만큼 물주는 시간은 당연히 달라진다. 한여름에 한낮에 물을 준다거나, 한겨울에 한밤중에 물을 주는 것은 난 기르기를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과 가을에는 맑은 날 오전 중에 실시한다. 보통 10시경이면 좋다고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해가 진 저녁나절에 실시한다. 한낮의 물주기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고온에 물을 주게 되면 심한 경우 난이 죽을 수도 있으며, 설령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커다란 데미지를 입게 된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물을 자주 주게 되는데, 맑게 개인 날이 이어지고 높은 기온이 계속 되면 더욱 자주 주어야 한다. 반대로 흐린 날이 계속 되거나 기온이 낮으면 물주는 주기는 길어져야 한다. 또한 비오는 날이나 기온이 낮은 흐린 날은 가급적 물주기를 삼가한다.

겨울철에는 반대로 맑게 개인 따뜻한 날 오전에 미지근한 물을 준다. 실내의 온도보다 분토의 온도는 더 내려가기 마련인데 저녁에 물을 주게 되면 동해(凍害)를 입을 확률은 말할 수 없이 높아지게 된다. 당장 난에는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분토가 얼게 되면 난을 살리기 어렵게 된다.